[김정훈 칼럼] 사랑과 베풂의 의미
[김정훈 칼럼] 사랑과 베풂의 의미
  • 김정훈
  • 승인 2023.10.25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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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가을의 중턱이라 마음이 슬슬 차분해져가는 것을 느끼며 책도 많이 봐야 할 것도 같고, 자신만 생각했던 사고에서 벗어나 주위도 둘러보고 이웃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좋은 여유가 커지는 계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이자리에서 이 글을 펼쳐보시고 계신 여러분은 평상시에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많은 생각을 갖고 계시겠지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좋은 느낌도 좋지만 행동으로 보여지지 않는 마음만으로의 ‘사랑’은 그 의미가 희석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사랑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사랑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봤습니다. ‘사랑하다’는 세 가지 어원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다.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다.

3. 남을 이해하고 돕다.

그런데 ‘사랑하다’의 사전적 의미만 잠시 보았는데도 우리의 사랑은 마음과 행동의 측면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첫번째 의미가 ‘사랑하다’의 마음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표현인 반면, 세번째 의미는 행동적인 측면의 ‘사랑하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도 은연중에 우리의 일상생활과 주위 사람들에게 서서히 묻어날 것이기에 중요한 사랑의 요소임에 분명하지만,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우리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것이기에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행동하는 사랑 혹은 표현하는 사랑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친절이라든지 믿음, 관용, 위로, 도움, 공감 그리고 베풂 등이 그것이지요. 오늘은 사랑과 베풂의 대표적인 행동인 기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사랑과 기부는 보통 종교적인 믿음과 연계되어, 사랑은 더 높은 정신적 연결, 자비, 용서 및 공감 등을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으로 간주되곤 합니다.

불교철학에도 사랑과 관련한 용어가 여럿 있습니다. 사실 불교적인 측면에서 사랑은 별도의 직접적인 개념은 없는 것 같고 어떤 대상에게도 화내거나 성내지 않는 다는 뜻의 성냄없음이 가장 가까운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랑과 비슷한 개념은 자애(Metta, 메타)가 있습니다. 그리고 베풂과 관련해서는 보시라는 개념이 있지요.

보시(혹은 기부)를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와 수행의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있는데 보시가 수명(혹은 건강), 힘, 행복, 아름다움을 베푸는 행위이므로 보시하는 사람에게 보시한 것보다 비교도 되지 않는 훨신 거대한 수명(혹은 건강), 힘, 행복, 아름다움을 나누어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보시를 실천하면 탐욕과 인색을 제거할 수 있고 사무량심(자비희사-자애, 함께 슬퍼함, 같이 즐거워 함, 평온)을 닦아 깨달음의 수행으로서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몇년전 자전거 운동하다가 머리를 다쳐 한동안 정신이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 깊은 잠을 잔듯 깨어난 후 몸은 아파오지만 그와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 스스로 잘했다고 뿌듯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고요.

아쉽게도 뿌듯해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몇가지 생각나긴 했습니다. 수년전 지하철에서 옆에 있던 한 남자분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지하철 비상벨 누르고 도움을 요청한 일,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선행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했었던 일, 택배기사님께 친절과 미소로 대했던 일. 지금 생각해봐도 이정도 밖에는 생각나지 않으니 참 제 인생에게 송구스러움을 주고 싶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아주 분업화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탓인지 각자 자신이 맡은 바 할일만 다하면 모든 일은 문제 없을 것이고 나의 일이 아닐 것이라고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을 회피하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실은 그렇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타인의 감정과 고통이 바로 나와 나의 가족의 고통으로 전가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 오염’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나쁜 감정은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이 사람의 몸에서 다른 사람의 몸으로 전염될 수 있고,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되기도 한답니다.

나쁜 감정에 오염된 사람은 어느 시기가 오면 그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고 그 오염으로 인하여 심지어 우리의 심신에 손상이 올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게도 감정은 오염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감정이 확장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따듯하게 하고 우리를 안녕하게 만드는 사랑과 베풂이라는 비할 곳 없는 좋은 감정을 통해서지요.

사랑의 사전적 정의에서부터 사랑과 베풂의 종교적인 개념까지 두서없이 말씀드렸지만 우리 이웃의 안녕과 행복이 곧 나와 우리의 안녕과 행복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모든 존재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각자의 사정에 허락하는 한에서 베풂으로 표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마음에 커다란 저축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이웃을 돕는 일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하셨거나, 괜히... 라든지 설마... 혹은 나중에... 라는 비스무래한 감정으로 인하여 망설이시는 분들에게는 저의 소소한 팁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랑과 베풂은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그걸 표현하는 것이 기부일 뿐입니다. ‘이 정도의 기부금액은 내가 평생할 수 있어. 최소한 이정도는 나의 마음에 저축을 하겠어!’ 정도로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과 베풂의 마음은 표현되는 금전의 크기로 측정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사랑과 이웃을 돕는 일은 거창한 것을 꿈꾸는 거대한 담론이라 개념이 아닐 겁니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단순한 낙관적인 희망만이 필요합니다. 이번 가을이 우리들의 마음이 좀 더 커지고 좀더 빛나게 하는 둘도 없는 기회가 아닐런지요.

‘이런 기회를 나는 놓치지 않겠어.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내 마음에 조금씩 저축을 하고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겠어’라구요.

김정훈 약력

삼지회계법인 이사

現 삼지회계법인 이사

한국심장재단 감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내부감사사

IFRS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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