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
[김진혁 칼럼]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
  • 김진혁
  • 승인 2023.10.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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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미국이 독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 멋진 군복을 차려입은 젊은 장교가 멀리서 밭을 매고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는 불렀다.

“노인장, 물속에 잠긴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나를 업고 건너가 줄 수 없겠소, 멋진 군복이 젖어서야 하겠소?”

노인 등에 업혀 가던 장교는 “군대에 사병으로 다녀왔소?” 노인은 “그보다는 높은 직위였습니다.” 장교는 “그럼, 장교요, 그다음 장군?” 업고 가는 사람은 초대 대통령이었던 죠지 워싱턴이었다. 젊은 장교는 혀가 굳어서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수렵시대의 화가 나면 돌을 던졌다. 고대 로마 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다.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다.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진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물고기가 언제나 입으로 낚이듯 인간도 입으로 걸린다. 옛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고 말조심을 당부한다. 스페인 격언 중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불교 천수경 첫 머리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나온다. 이것은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씻어내는 주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참회가 꼭 이뤄지게 해달라고 비는 주문이 '수리수리 마하 수리 수수리 사바하'이다.

세 치 혀를 잘 간수 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한다. 모든 화근은 입에서 시작된다. 서양 속담에 “행복은 언제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와서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 감사의 말은 희망의 언어다. 감옥이라도 감사하면 수도원이 된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에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 번 중에 아흔 아홉 번 후회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자는 "더불어 말해야 할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하면 말을 잃는다고"고 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키지만,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라고 했고,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역설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언어는 너무 가벼워졌다. 문해력 부족은 물론이고, 줄임말과 신조어가 일종의 유머로 받아들인다. 그림의 경우 서양화는 캔버스에 색을 모두 채우지만, 동양화는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 덕분에 사물이 더 뚜렷이 보인다. 말할 때 침묵의 여백을 비워 놓으면 말에 힘이 더 생긴다. 장자(荘子)는 '지도지극 혼혼묵묵(至道之極 昏昏黑黑)'이라고 한다.

'진정한 도(道)의 최고의 경지는 깊고 어두운 침묵'이라는 뜻이다. 장자가 말하는 침묵은 여유와 그윽한 침묵을 가리킨다. 말을 무조건 안 하는 침묵이 아니라, 말이 잘 전달되기 위한 침묵을 의미한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 본인은 편하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탈이 난다.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고 그 상처는 부메랑이 된다. 장전된 총을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것처럼, 말조심하라. 말이 곧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어 인격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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