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 칼럼] 바다 새와 같이 직원을 사랑한 것은 아닌지....?
[임영호 칼럼] 바다 새와 같이 직원을 사랑한 것은 아닌지....?
  • 임영호
  • 승인 2023.10.30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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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장자(莊子)는 지락(至樂) 편에서 바다 새의 불행을 말합니다.

옛날, 한 마리의 바다 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습니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잡아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노나라에 날아든 바다 새를 길조라고 여긴 노나라 군주는 데리고 온 새에게 술을 권하고, 아름다운 궁중 음악을 들려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극진히 대접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다 새는 어리둥절한 채 슬퍼하기만 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사흘 만에 죽었습니다.

노나라 임금은 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새가 좋아하는 방법이 아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대로 사랑하여 오히려 새를 죽게 했습니다. 진심으로 새를 사랑한다면 바다 새를 궁궐 안에서 키울 것이 아니라 자연에 풀어주어야 합니다.

기업의 경영 주체는 누구입니까? 경영은 최고 경영자나 임원들이 하는 것이고, 직원들은 그저 기계처럼 굴러가는 단순 인력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역농협의 최고 경영인은 조합장이지만 사실은 조합의 직원에 달려 있습니다. 직원들이 신나서 자발적으로 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경영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영실적을 내는 요인을 분석해 보면 조합원은 10%,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이 90% 경영의 이익에 기여합니다.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의 참여는 오로지 직원들의 열정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선진국 기업들은 ‘직원 만족 경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시대다’ ‘경영혁신이다’ 말하며 엄숙한 표정으로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대신에, 직원들의 건의나 불만사항을 적극 수용하면서 ‘즐겁게 일하자’ ‘신나게 일하자’ ‘웃으면서 일하자’라고 말하는 회사가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유명한 재상 관중(管仲)은 말년에 지난날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나라를 경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나 원한을 샀다고 말하며, 자신이 언제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사람들을 대한 적이 있었던가, 언제 여름비처럼 시원하게 사람들을 적셔 준 적이 있는가, 후회하며 한탄하였습니다.

저도 직원들을 대할 때 마음을 다해 그들을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말과 따뜻한 손길을 내주었는지 반성해 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앞서 그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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