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역대급 실적에도 매년 희망퇴직 시행, 국내은행 퇴직자와도 이익공유하나?
[금융리뷰] 역대급 실적에도 매년 희망퇴직 시행, 국내은행 퇴직자와도 이익공유하나?
  • 최용운 기자
  • 승인 2023.11.0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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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2020년~2022년 총 2,357명에게 8,562억원 희망퇴직금 지급
고금리 시대에 과도한 이자이익 비판에 이어 정치권에서 ‘횡재세’ 논의 활발
시중은행 현금입줄금기 /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현금입줄금기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실적 악화로 인한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 ‘부득이’하게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습니다.”

한 기업에서 시행하게 된 희망퇴직 사유에 대한 설명 일부분이다. 200조원 적자를 안고 있는 한전이 최근 자구책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한 것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기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희망퇴직을 ‘부득이’하게 진행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의 희망퇴직은 그렇지 않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대 이익을 갱신하는 등 우수한 경영실적을 자랑하면서도 연례행사처럼 매년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미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은행권이 호실적 속에 희망퇴직자들에게 고액의 퇴직위로금을 추가로 매년 지급해왔다.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 고환율로 역대급으로 어려운 경기상황을 버티고 있는 서민들에 비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한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들이 고금리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면서 비판한 데에서도 이와같은 은행의 이자장사의 실상이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혁신의 노력없는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횡재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관련기사 : [금융리뷰] 은행권의 초과이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 어떻게?

5대 은행 지난해 총 2,357명에게 1인당 평균 3.63억원 희망퇴직금 지급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초과이익으로 역대급 경영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례행사처럼 시행하는 희망퇴직을 통해 퇴직자에게도 고액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해왔다.

최용운 기자

은행연합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이 지난해 시행한 희망퇴직에서 총 2,357명에게 총 8,562억원을 지급했다. 1인 평균 3.63억원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가장 많은 4.08억원을 지급했다. 다음으로 KB국민은행(3.76억원), 우리은행(3.72억원), 농협은행(3.27억원), 신한은행(2.94억원) 순이다. 퇴직 시 지급되는 기본퇴직금까지 더하면 실제로 수령한 금액은 더 많았다.

희망퇴직자가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674명이 회사를 떠났다. 다음으로 하나은행(521명), 농협은행(493명), 우리은행(415명), 신한은행(254명) 순이며, 5대 은행 합계로 매년 희망퇴직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익증가에도 국내 영업점 수 줄여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지원’ 외면하나

국내 은행들은 매년 최대실적을 갱신하면서도 서민금융을 위한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6조 5,98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연간 누계치(36조 2,071억원)보다 1.1% 늘어나 올해도 신기록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용운 기자

은행연합회 은행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2020년 26조 7,103억원, 2021년 29조 7,098억원에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자이익이 가장 많은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8조 5,592억원을 남겼다. 다음으로 신한은행(7조 1,611억원), 하나은행(7조 471억원), 농협은행(6조 8,256억원), 우리은행(6조 6,141억원) 순이다. 2020년 6조원이 넘은 곳은 KB국민은행 한 곳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대 은행 모두 6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가운데 서민금융의 현장인 국내 점포수와 임직원 수는 매년 줄이고 있다.

최용운 기자

지난해 5대 은행의 국내점포수는 총 3,989개로 전년대비 198개 점포가 사라졌다. 은행별로는 영업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농촌지역의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농협은행(1,105개)으로 유일하게 국내점포수가 1천 개를 넘는다. 이어 KB국민은행이 856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 721개, 713개며 가장 적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594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5대 은행에 종사하는 임직원 수는 총 66,087명으로 2021년 67,622명에 비해 1,535명이 줄었다. 지난해 희망퇴직 인원 2,357명에서 이 숫자를 빼면 822명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고연차 고연봉의 경력직원을 내보내고 매년 은행직원들을 ‘물갈이’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은행의 혁신없는 ‘이자장사’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며, 금융당국에 서민금융 지원대책을 주문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별다른 혁신 없이 은행들은 매년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둔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생은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에 대해 은행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굉장히 곱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은행의 연례행사인 희망퇴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노사 간 희망퇴직 논의를 이 달 중에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비판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희망퇴직 조건에 대한 노사간 합의를 앞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실적이 좋아졌지만 희망퇴직 조건을 예년보다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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