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2024년 총선을 앞둔 유권자의 이념 성향
[정인준 칼럼] 2024년 총선을 앞둔 유권자의 이념 성향
  • 정인준
  • 승인 2023.1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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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24년 4월10일(수) 실시된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이 독단이라며 국무위원, 검찰청 수사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있고, 집권여당은 유권자의 호감을 사기 위해 김포의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 건설을 이슈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은 지난 2022년 대선과 같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한 한미동맹 강화 등 안보정책과 수출을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 및 민생경제를 지원하는 경제·복지정책이 주요 선거 이슈가 될 전망이며, 결국 선거의 승패는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이 아닌 중도파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내년 4월 선거는 유권자들이 ‘국민의 힘’을 지지하여 현 정부의 국정운영의 안정화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여 2027년 까지 윤대통령의 리더쉽 상실과 이에 따른 정치·경제의 불안정을 감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다.

총선 5개월을 앞둔 여야 정당의 “중진의 험지 출마”, “친명의 호남 출마” 등 발언은 지역주의의 재등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윤대통령이 신냉전 시대를 맞아 ‘공산전체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는 발언으로 부각된 이념 논쟁이 진보성향 유권자와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정당 투표로 연결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이념은 1990년대 초 까지 반공, 경제성장 및 자유민주주의에 동의하는 보수성향이 50% 이상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진보적 외교·안보정책은 ‘전쟁 보다는 평화’ 라는 좌파 포퓰리즘 운동과 함께 진보이념의 저변확대를 가져왔다. 2020년 여론조사(강우창, EAI)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정치적 이념 성향은 진보 31%, 중도 43%, 보수 26% 로 진보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앞둔 2022년 초 패널여론조사(엘림넷) 결과는 진보와 보수가 각 25%, 중도가 50%로 나타났는바, 최근 한국인의 이념 지도는 진보·보수성향이 거의 동등한 점유율을 보이고, 중도성향이 과반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 후 실시한 패널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변화하는 한국 유권자>에 의하면 국민의 힘의 윤석열 후보는 민주화 이후 최소 표차로 당선되었다. 유권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진보 25.2%, 보수 33.5%, 중도 42.3% 로 대선 투표 결과는 진보이념이 감소하고 보수이념 성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40대) 세대가 진보 34.1%, 보수 26.2%, 중도 39.7% 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였고, 2030세대와 경기, 인천지역의 중도층이 두드러지게 진보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동 조사에서 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한 변수는 이념, 대통령(문재인)의 직무평가, 대북정책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 후 자본주의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모델로 하여 1960년대 초 세계 최빈국에서 21세기 초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현대사에 비교적 긍정적이다.

반면 진보 세력은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분단을 초래한 부정적 요인으로 보고 사회주의 국가모델을 내세우면서 국가발전을 이룩한 한국인의 성취를 부정함에 따라 보수·진보세력 간 ‘이념전쟁’ 이 계속되어 왔다.

1946년 8월 미군정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지지하는 이념이 사회주의 70%, 공산주의 7%, 자본주의 14%로 조사된 것과 같이 해방 이후 좌우익의 신탁통치 찬반 이념갈등 속에서 한국인들은 독립투쟁에 헌신한 사회주의 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1925년 설립된 조선공산당이 민족주의자들과 연합해 주도적인 독립운동을 하면서 계급혁명과 세계 공산주의 확장을 추진한 소련과 코민테른의 지원과 지도를 받은 사실은 역사의 평가 대상이다.

1946년 7월 조선여론협회의 서울시민 6670명 대상 초대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이승만 28.7%, 김구 10.5%, 여운형 10.3%, 박헌영 1.3% 로 나타나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지도자 보다는 자유민주주의 지도자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국시대 이래 한국인의 전통사상은 공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이 핵심사상인 유학(儒學)으로 불교와 공존하였는데, 조선왕조가 채택한 정치이념인 주자학은 다른 사상을 허용하지 않는 배타성이 강하고, 타협과 토론 문화가 없다.

이러한 주자학의 폐쇄적 정치사상은 19세기 말 조선의 집권세력이었던 사대부와 유생들이 체제수호를 위해 개항을 거부한 위정척사(衛正斥邪) 사상이나 현재 한국의 의회정치 풍토에서 그 원형을 발견할 수 있다.

홍승기 교수는 ‘중세지향 퇴행사회’(2023)에서 이승만대통령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역대 보수 정권이 빈곤 탈피를 목표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근대화에 매진한 반면에, 노무현 정부는 친일 프레임으로 한국사회 의식을 식민지 시대에 머무는 퇴행사회로 이끌었고, 문재인 정부는 통치의 정통성을 ‘항일투쟁’ 에 두고 국가운영 방식은 조선시대 양반특권층과 조선말 개화를 반대한 친중 위정척사파의 부활 수준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한국·한국인’을 집중 연구한 함재봉 교수는 주간동아 인터뷰(2021)에서 ‘개신교가 조선 사람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과감히 수용하도록 역할을 하면서 나타난 한국인의 근대성이 대한민국이 번영을 이루는데 기여했다’며, 현재 한국인의 이념적 근간은 보수를 상징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고 하였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도파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끌어 갈 젊은 정치인들을 다수 선택한다면 세대갈등, 이념갈등이 완화되면서 국민통합과 미래 한국의 국익을 도모하는 “대한민국 선진화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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