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칼럼] 임기택 ‘세계 해양대통령’ 귀국과 인재양성의 길
[정인준칼럼] 임기택 ‘세계 해양대통령’ 귀국과 인재양성의 길
  • 정인준
  • 승인 2024.02.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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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세계 해양대통령’으로 통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임기택 사무총장이 8년 임기(4년 연임)를 마치고 지난 해 말 귀국했다. IMO는 해상안전, 해양오염방지 등 해운·조선 산업의 안전·환경관련 국제기준을 제정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이다.

임기택 사무총장의 임기 중 주요업적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2050년 까지 ‘국제해운 탄소중립 달성’ 등 온실가스 감축전략개정안을 174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이다.

임 사무총장은 해양대학교 졸업, 민간선박 승선 경력 및 해양수산부 근무 후 2015년 IMO사무총장에 선출되었으며,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국제기구 수장이 되었다.

임 사무총장의 지난 8년 활동은 해양외교에서 한국의 국위를 선양하고 한국인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것으로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인류 생존의 기반인 해양의 중요성과 해운·조선 관련 국제기준 제정의 의의를 국민들에게 알린다면 제2, 제3의 임기택이 나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1960년대 초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60여년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48년 8월 초대 이승만 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가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 온 결과이다.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회장의 묘비에는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 노력했던 사나이가 여기 잠들다”고 적혀있다. 호암의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이 2011년 신년사에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유망기술을 찾아야한다”고 말한 것은 현 정부 인사책임자가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비롯해 유럽 및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기자동차, 로봇,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헬스 등 첨단 신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의 대학교육은 첨단기술 분야의 인재양성과 창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4차 산업기술경쟁에서 뒤져있는 한국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 투자를 하고, 미국·EU의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과 같이 정부의 정책지원이 뒤따른다면 첨단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일류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고, 한국의 지속적 경제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수년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한국 청년들과 대화 후 방송에 출연한 짐 로저스는 “한국에 미래가 없고, 더 이상 투자지로서 매력도 없다”고 말했다. 빌게이츠, 손정의, 마윈 같은 세계적인 기업가가 나와야 나라도 발전하고 일자리도 창출되는데 한국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이 20년 전부터 첨단 분야기술 위주로 ‘세계일류대학’과 ‘세계일류학과’를 육성하는 정책을 세워 대학 투자를 늘려온 결과가 최근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연봉이 높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직업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교사의 인기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외화위기가 계기가 되었다. 1970년대에는 중동건설 붐으로 건축학과, 1980년대에는 전자산업의 발달로 전자공학과가 인기학과였다. 2020년 이후 지방소재 의대·치대가 서울대 공대·자연대보다 인기가 높은 학과가 되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안정된 고소득을 지향하는 ‘의대열풍’은 초등학교 까지 ‘행동전염’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등 대기업 취업 계약학과 합격생들이 대다수 등록을 포기하는 등 SKY대학 휴학, 자퇴 등 중도탈락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공계·자연계 인재의 의대쏠림 현상은 국가적 손실로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어느 나라에서나 의사는 높은 보수에 존경받는 사회적 지위로 ‘직업선택 1순위’이다. 현재 인도에서는 IT공과대학 입학이 제일 어렵고, 중국에서는 의대보다 선호하는 학과가 많다. 의료선진국인 독일에서는 의대보다 공대, 법대가 더 인기가 있다.

미국은 의사 부족 국가로 의대(학부, 대학원 8년 과정) 정원이 2002년 150개 대학 16,500명에서 2023년 180여개 대학 23,000명으로 증원되었고, 지원은 5-6만명으로 경쟁률은 낮은 편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빅테크의 평균 연봉은 의사보다 많다.

첨단산업 분야 인재양성 못지않게 국가의 미래를 기획하고 추진해야 할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개인의 재능도 썩어가고 있는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직업공무원 제도를 붕괴시킴으로써 현재 세종시 정부청사의 공무원들은 “재판받거나, 감사받거나,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무질서와 혼돈(混沌)의 모호성 속에서 더 큰 생명력을 볼 수 있다는 장자(莊子)의 역설의 철학은 무질서 속에서 더 예쁜 꽃이 피고, 순종 보다는 잡종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으며, 확실한 질서보다는 혼돈 속에서 해답이 더 다양할 수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1950년 3월 ‘농지개혁법’이 근대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면, 산업분야 규제를 전면 철폐한 1986년 ‘공업발전법’은 민간주도 경제성장의 길을 열었으며, 1988년에는 민간부문의 경제규모가 정부부문을 추월하게 된다. 2024년은 인구감소와 장기적 저성장 진입이라는 위기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반전시킬 개혁실행을 해야 할 중대한 시기이며, 한국 미래의 변곡점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장기국가발전 전략으로 “2050 부국강병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를 개혁하는 일은 청년들에게 “의대열풍”보다는 다양한 직업선택의 기회를 갖게 하고, 동시에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의 길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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