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미의 여행 테라피] 순천 쉴랑게 도장 깨기...'몽실고막이네민박' 파도와 꼬막, 모든 순간이 바다가 되다
[이동미의 여행 테라피] 순천 쉴랑게 도장 깨기...'몽실고막이네민박' 파도와 꼬막, 모든 순간이 바다가 되다
  • 이동미 여행작가
  • 승인 2025.10.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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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스러운 귀여움 가득, '몽실고막이네'에서 시작된 여행
- 보트를 타고 꼬막밭으로, 모태 농사꾼의 바다 이야기
- 선상 라면과 숭어의 춤, 순천만 바다가 선사한 감각의 향연
- 전망대에 서니 마음도 가벼워지다, 자유를 찍은 인생샷
저녁나절의 와온항 풍경.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저녁나절의 와온항 풍경.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파이낸셜리뷰=이동미 여행작가] 순천 시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순천만 습지가 나온다. 그 너머, 순천만 최남단 즈음에 해룡면 와온마을이 자리한다. 만약 순천만 습지에서 종이배를 띄운다면, 그 배는 해안선을 따라 흘러와 이곳 와온항에 닿을지도 모른다.

와온마을은 한적한 해변이자 항구다. 동시에 남도삼백리길 1코스이며 남파랑길 순천 61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그래서인지 조용히 걸음을 옮기는 도보 여행객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촌캉스 인증샷의 명소

와온 해변에서 조금 올라가면 순천시 스테이 브랜드인 쉴랑게 중 하나인 ‘몽실고막이네민박(이하 몽실이네)’이 있다. 흔히 떠올리는 어촌 민박집은 슬레이트 지붕의 새마을 주택에 작은 방 하나를 내어주는 소박한 모습일 터, 몽실이네 민박은 다르다. 한옥 기와집 형태로 지어진 몽실이네는 세 개의 방과 두 개의 화장실을 갖춘 독채 펜션에 가깝다. ‘민박’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럭셔리한 공간이다.

꼬막 이모를 꼭 닮은 몽실이네민박집 입구 인형과 몽실민박집.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창밖으로 와온항이 보이는 몽실이네 주방 탁자.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안으로 들어서면 시원한 거실이 펼쳐지고, 주방에는 각종 전자제품과 주방 기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오픈 수납장에는 가발, 색안경, 인형 같은 소품이 가득해 “도대체 무엇에 쓰는 걸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벽에 붙은 사진을 보는 순간, 단번에 이해가 간다. 바로 ‘촌캉스’ 패션을 위한 준비물인 것! 거실 옷걸이에 걸린 촌캉스 꽃무늬 옷과 함께 가발이나 안경을 착용하고 평상에 앉아 촌스러운 듯 정겨운 인증샷을 찍는 용도다. 퇴실 전에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할 재미다.

꽃무늬 바지와 망중한의 정원

여행자도 어느새 촌캉스 패션으로 갈아입는다. 꽃무늬 바지는 몸빼 바지 혹은 냉장고 바지라 불리는 그것이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웬만한 스판바지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상상 그 이상이다. 상의도 꽃무늬로 바꿔 입으니 보들보들한 촉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촌캉스 인증샷에 필요한 꽃무늬 몸빼 바지와 색동 가발, 색안경.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몽실이네 앞마당에서 망중한을 즐기기 좋은 그물 의자.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앞마당에는 작은 평상과 둥근 그물 의자가 놓여 있다. 몸이 포옥 감싸이는 의자에 앉아 망중한을 즐겨본다. 마당과 집 안팎 곳곳에 계절 꽃이 가득 피어 있다. 백일홍은 색색이 흐드러지고, 콘크리트 벽에는 예술 감각이 묻어나는 그림과 장식품이 얹혀 있다. 나무 그늘아래 작은 좌욕탕도 있으니 물을 받아 족욕만 해도 충분히 즐겁겠다.

순천 토박이 호스트 부부, 이용수·유미숙 씨가 시원한 음료수를 내온다.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하다가 ‘몽실고막이네 민박집’이니 자연스레 ‘몽실 이모’, 아니 ‘꼬막 이모’라 부르기로 한다. 꼬막 이모는 와온마을 토박이다. 순천과 와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깊고, 무엇보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신다. 민박집 안을 채운 가구들은 모두 꼬막 이모가 한지 공예로 직접 만든 작품이다. 독특한 질감과 디자인, 그리고 색감 덕분에 이곳 쉴랑게는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해에는 ‘순천 지속가능 관광기획자 양성과정’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으니 그 열정과 성과가 흥미롭다.

열정 부자인 몽실이네민박의 호스트 이용수, 유미숙 부부.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은 ‘몽실이네’ 앞마당.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몽실이네’ 실내엔 꼬막 이모가 만든 한지 가구들로 꾸며져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꼬막 이모, 와온의 이야기꾼
숭어와 꼬막과 함께 하는 밤

“와온 마을은 무슨 뜻인가요?”

누울 와(臥)에 따뜻할 온(溫)자를 쓰니 따뜻한 곳이 소가 편안히 쉬고 있는 형상이라 한다. 

“쩌기~ 쩌거슨 소코바위고, 그 앞은 구실골, 소가 먹는 여물통. 그라고 바다 위에 동그란 건 똥섬이제.” 실제로 와온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섬이 하나 있는데 모양새가 꼭 소똥 같다. 소똥섬 옆으로는 칠게가 가득한 갯벌이 펼쳐지고, 와온항 너머로 시원한 바다가 있다.

와온항에서 제법 떨어진 꼬막밭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트로 이동해야 한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꼬막 밭에 정박한 용진호에서 이야기가 즐거운 꼬막 부부.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이 마을에는 짱뚱어, 꼬막, 낙지가 지천이다. 특히 꼬막 산지로 이름이 높아 꼬막 껍질이 쌓여 만들어진 ‘꼬막산’까지 있을 정도다. 와온 토박이인 호스트 부부 역시 꼬막 농사를 짓는다. 꼬막은 널배(뻘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 손으로 캐기도 하지만, 씨를 채묘해 이식한 뒤 바다에서 키워 그물로 훑어 올리기도 한다.

“배 타고 꼬막밭 한 번 가볼라요?”

저녁이 내려앉는 와온항, 보트에 몸을 싣는 순간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설렘이 치솟는다. 파도를 가르는 물결 위로 주황빛이 흩어지고, 작은 파도는 연신 물방울을 튕겨 올린다. 속도가 붙자 육지는 점점 작아지고,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다. 달리는 선외기 보트 위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분홍빛과 주홍빛이 뒤섞이며 조금씩 무게를 더해간다. 바다는 넓지만, 순천만 안쪽이라 아늑하고 평온하다. 

“앗, 숭어다!” 보트 뒤편에선 물살에 놀란 숭어 떼가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이따금씩 배 안으로 튀어 들어오기도 한다.

꼬막 이모가 보여주는 새끼 꼬막들, 3년은 자라야 한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맛없을 수가 없는 맛과 분위기의 선상 라면.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이제 작은 보트에서 커다란 배, 용진호로 옮겨 탈 차례다. 다리가 짧아 허둥대는 여행자와 달리 꼬막 이모는 날렵한 몸짓으로 순식간에 폴짝 오른다. 여기서 뜻밖의 반전! 꼬막 이모는 합기도 3단, 검도 4단의 유단자라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단단한 눈매와 거침없는 발걸음에는 오랜 단련의 힘이 배어 있었다. 도대체 꼬막 이모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쩌-기 보이는 데가 울 엄니가 뻘배 타고 꼬막 잡던 자리여~.”

“내가 태어난 해에 꼬막이 대박 나부럿어요. 엄니는 몸조리도 못 허고~ 뻘배 타고 골병들어 부럿지. 집에서는 내가 복덩이라 했지만, 울엄니가 대-게 힘들었지요.”

와온 마을에서 순천만과 함께 살아온 꼬막 이모는 평생을 꼬막과 함께 했다. 아니, 뱃속에서부터 꼬막 일을 했으니 모태꼬막농사꾼이다. 

모태 꼬막농사꾼의 삶

꼬막은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으로 나뉘는데 호스트 부부가 짓는 꼬막 농사는 참꼬막이다. 참꼬막은 2년 이상 길러야 제맛이 나며 3년생이 가장 알맞다. 인공배양이 되지 않기에 꼬막 종패를 바다에 뿌려 키운다. 예전에는 바다에 소나무 말뚝을 박고, 그 사이에 새끼줄로 꼰 그물을 쳐 포자를 붙인 뒤, 그것을 다시 바다에 뿌려 기르기도 했다 한다.

“오리가 쩰~로 좋아하는 게 꼬막이라.”

어느 해에는 오리 떼가 몰려와 꼬막을 모조리 먹어 치운 적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이, 선상에서 끓여낸 라면이 완성된다. 여행자는 문득 라면에 꼬막을 얹어 먹지 않는지 궁금해진다.

“꼬막은 시월부터 오월까지가 제철이여. 지금은 꼬막이 읎어.”

와온항의 고급 민박, 몽실민박에 아침이 오고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호스트 부부가 손수 만든 몽실이네 전용 전망대.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지금은 종패를 뿌리는 시기라며, 손바닥 위에 작은 새끼 꼬막을 올려 보여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꼬막의 형태가 희미하게 드러난다. 도시 촌놈은 꼬막이 사시사철 나는 줄만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어디서든 흔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이지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맛보는 라면은 그 맛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각별하다. 이 순간의 기분과 맛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되새겨질 것이다.

몽실고막이네 민박, 쉴랑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도 마치 선창에 드러누운 듯 몸이 흔들린다. 사방은 캄캄하고, 짭짤한 바다 내음과 바람이 뒤섞여 온몸이 바다속에 잠긴 듯하다. 바다는 순간마다 색을 바꾸며, 청록빛과 은빛 파도가 보트 곁을 따라 춤춘다. 참고막 농사가 이루어지는 바닷속 꼬막 밭에서 파도에 몸을 맡기던 그 감각이 침대 위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의식은 서서히 흐려지고, 파도 소리는 점점 더 깊고 넓게 다가온다.

찰칵, 바다의 자유를 담다

아침 햇살이 민박집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든다. 정원에는 이슬 맺힌 풀잎이 반짝이며, 여행자는 낯선 집에서도 오래 머문 듯한 안락함을 느낀다. 두 눈을 비비고 슬리퍼를 꿰어 신은 채, 호스트 부부가 손수 만든 전망대로 올라선다. 민박집 특유의 의자와 탁자가 정겹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침의 와온항은 낭만적이다. 잔잔한 파도가 해안선을 따라 규칙적인 무늬를 그리고, 바닷빛은 은빛에서 푸른빛으로 점점 깊어진다. 먼 갯벌에선 저어새와 흑두루미 몇 마리가 곧추선 자세로 먹이 사냥을 한다. 민박집의 따뜻한 아침과 바다의 청명한 풍경이 이어지며, 여행자는 고요한 충만함을 느껴본다.

촌캉스 옷차림에 가발을 쓰고 다시 전망대에 서서 와온 해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찰칵 소리와 함께 와온 주민이 들려주는 와온과 순천만의 이야기가 카메라에 담긴다. 1박 2일의 짧은 와온항 나들이지만, 묘한 여유가 스며든다. 시간의 무게가 잠시 가벼워진 듯, 바다를 바라보면 불필요한 생각들이 모두 흩어진다. 그저 바다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유로웠다. 

# 간단 정보

2025 순천마을여행주간 / 2025년 9월 1일~10월 31일

몽실고막이네민박 / 주소 순천시 와온3길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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