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미의 여행 테라피] MBTI와 함께하는 동해안 지질 대장정 ― “대지의 성질로 읽는 나의 여행 DNA”
[이동미의 여행 테라피] MBTI와 함께하는 동해안 지질 대장정 ― “대지의 성질로 읽는 나의 여행 DNA”
  • 이동미 기자
  • 승인 2025.11.14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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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의 성격을 MBTI로 읽는 나의 여행
- 용암처럼 뜨거운 E형, 깊이 침식하는 I형의 지질 탐사기
- "너의 여행 취향, 바위가 말해 줄게"
나는 어떤 암석과 궁합이 맞을까? 동해안 지질 대장정을 통해 나의 성향을 찾아보자.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파이낸셜리뷰=이동미 여행작가] 2025년 11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간 ‘2025 경상북도 지질 대장정’에 참여해 경주, 포항, 영덕, 울진을 두루 돌아보았다. 시원한 동해의 바다와 각양각색의 바위, 그리고 독특한 지형을 마주한 시간은 그 자체로 귀한 경험이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만난 돌과 흙은 저마다의 깊이와 결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것은 단단했고, 어떤 것은 부드러웠으며, 그 속에는 모두 서로 다른 지질의 성격이 깃들어 있었다.

MBTI의 16가지 성향을 바위 앞에 멈추게 한다면...

불의 기운이 남은 화산 지대,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퇴적층, 그리고 지구의 뿌리를 품은 편마암까지, 각기 다른 성질의 암석들은 마치 인간의 성향을 닮아 있었다. 돌이 켜켜이 쌓여 지층을 이루듯, 사람 또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화강암처럼 단단하고, 어떤 이는 응회암처럼 부드러우며, 또 누군가는 현무암처럼 뜨겁다.

만약 MBTI의 16가지 성향을 이 길 위에 세운다면, 각자는 어떤 바위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될까. 이제 경주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UNESCO 경북 동해안 지질 공원에서 그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사람마다 성향이 있듯 암석도 대지도 그 탄생과 성장에 각자의 성향이 있다. 인간과 암석들도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경주, 사색형과 감성형

경주는 신라의 시간과 불의 흔적이 공존하는 도시다. 그 땅 아래에는 신생대 화산활동이 남긴 응회암과 화강암이 자리하고 있다. 선무도로 유명한 골굴암의 응회암층은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부드러운 암석으로, 그 위에 새겨진 불상과 석굴은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진 예술이다. 이곳은 자연과 내면의 조화를 중시하는 INFJ 형과 닮았다. 그들은 화려한 풍경보다 “이 바위가 왜 여기에 있고, 왜 이런 형태를 가졌는가?”를 묻는 사람들이다. 골굴암의 유기적인 곡선과 자연미 앞에서, INFJ형 여행자는 조용한 사색에 잠길 것이다.

감성적인 여행자 ISFP라면 양남 주상절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 현무암 절리면이 만들어내는 육각의 리듬은 자연이 빚은 추상화처럼 아름답고, 검푸른 파도 위에 피어난 한 송이 돌꽃 같다. 파도가 돌기둥 사이를 넘나들며 만들어내는 울림은, 세상을 감각으로 느끼는 ISFP에게 ‘돌의 음악’처럼 들릴 것이다.

하서항에서 읍천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위로 솟고, 옆으로 눕고, 꽃처럼 피어나는 양남의 주상절리는 ISFP 성향의 사람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수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1,000도의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 빠르게 냉각하며 오각형 혹은 육각형의 신비로운 절리가 생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포항, 탐구형과 공감형

포항은 불이 식고, 바다가 깎은 땅이다. 화산재가 퇴적되어 굳은 지층과 해안단구가 신생대의 격동을 증언한다. INTP형은 포항의 여남동 화석 산지에 끌릴 것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라 퇴적층의 규칙적인 반복과 화석의 배열 속에서 ‘지구의 수식’을 읽으며 흥미를 느낄 것이다. 또 사암과 이암이 교차하는 구조는 그들에게 데이터이자 퍼즐이 될 터이다. INTP에게 여행은 탐험이자 가설 검증의 과정이므로, 손에 루페(확대경)를 들고 바위 속 세포의 흔적을 해독하고 싶어 할 것이다.

반면 ENFJ 형은 호미곶 해안단구 앞에서 발걸음이 멈출 것이다. 이곳은 파도에 의해 절벽과 평지가 형성되고, 지각이 융기하면서 다시 땅이 솟아오르는 과정을 반복해 온 곳이다. 그 순환의 리듬은 곧 “변화와 재생”의 이야기이니, ENFJ 형은 이러한 지질의 움직임을 인류의 서사로 읽어낸다. 동해안 지질 공원의 핵심 명소이자 과거 해수면 변화를 알려주는 자연의 기록인 이곳에서, 지질의 변화를 인류의 이야기로 읽을 것이다.

포항 호미곶에서 지질 대장정 참가자들이 지질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영덕, 창의형과 모험형

영덕의 바위는 이야기꾼이다. 이곳의 화강섬록암과 부정합층은 중생대의 화산활동과 대륙 충돌이 만들어낸 극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원생대의 녹색편암(약 19억 년 전)과 백악기의 역암(약 1억 년 전)이 맞닿은 대부정합은, 무려 18억 년의 시간 공백을 품고 있다. ENTP는 기존 질서에 질문을 던지는 혁신가 형이다. 그들에게 이곳은 ‘지구의 침묵’, ‘단절된 시간’으로 지구가 “새로운 연결을 시도한 순간”처럼 보일 것이다. 비어 있음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부정합의 형성과 닮았다. 끊어졌지만 다시 이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움, 그 역설적인 조화 때문에 ENTP 형은 영덕의 대부정합을 사랑할 것이다.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세상을 읽는 INFP 형은 해맞이공원의 바다와 잘 어울린다. 이곳의 화강섬록암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며 부드러운 곡선의 절리를 만든다. INFP는 그 부드러운 선율 속에서 공룡이 지나간 바다의 노래를 듣는다. 그들에게 해맞이공원은, 둘리가 살았을 법한 중생대의 바다와 연결되는 상상의 공간이다. “시간이 파도를 타고 남긴 선율”을 느끼는 그들은, 지질의 과거와 감성의 현재를 하나로 엮는 시인 같은 여행자다.

영덕 해맞이 공원의 등대에 서면 바다의 노래가 들려 감성적이 된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2억 년 전의 세월이 빚어낸 바위 앞에서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할 것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울진, 현실형과 탐험형

울진은 동해안 지질여행에서 지구의 가장 깊은 층이 드러난 땅이다. 덕구계곡의 화강편마암은 오랜 세월 고온·고압의 변성작용으로 재탄생한 암석으로,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한 줄무늬가 특징이다. 이곳은 ISTJ 형과 잘 어울린다. 규율과 체계를 중시하는 그들은 편마암의 결속에서 지질학적 ‘질서’와 ‘책임감’을 읽어낸다. 돌이 수억 년 동안 견뎌낸 흔적을 보며, 자신의 성실함과 닮은 자연의 인내를 느낀다.

ESTJ 형은 왕피천 계곡을 따라 걷는 여정을 즐길 것이다. 이곳은 화강암, 편마암, 퇴적층이 동시에 노출된 지질학의 교과서 같은 장소다. 단층과 하천 침식이 만들어낸 계곡의 구조는 질서정연하고 명료하다. 계획적이고 실행력 있는 ESTJ 형에게 이곳은 “정확한 시스템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울진에서 만난 소금 만들기 체험. 심층 해양수를 활용해 자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건 경이로운 자연의 선물 확인이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ESTP 형과 ESFP 형 여행자들이 좋아할 울진의 성류굴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마지막으로 ESTP 형과 ESFP 형 여행자들은 성류굴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석회암이 물에 녹았다가 다시 굳어 형성된 종유석과 석주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빛의 연극을 펼친다. ESTP 형은 동굴 탐험의 스릴과 생동감을, ESFP 형은 그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고, 감탄하고 감정을 기록한다. 그들에게 지질은 ‘현재를 즐기는 무대’가 된다.

구멍 숭숭 뚫린 타포니와 어우러지는 해국의 보랏빛이 오묘한 상생의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바위가 성격을 닮는 순간

경주의 화강암, 포항의 퇴적층, 영덕의 화산암, 울진의 편마암, 이 네 지역의 바위는 서로 다른 성질을 지녔지만, 모두 인간의 성향과 닮았다.

화강암·편마암·섬록암은 지구 내부의 마그마 활동에서 만들어진 암석으로 보면 기다림과 안정성을 지녔다. 그래서 분석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의 MBTI와 잘 어울린다. 반면 응회암·현무암·변성 현무암은 화산의 격렬한 에너지가 만든 산물로,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의 MBTI에 영감을 준다. 또 퇴적암·사구·단구·사질층은 바람과 물이 쌓아 올린 흔적으로, 변화와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이들의 유연함은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성향의 MBTI와 닮았다. 또한 석회암과 동굴 지형은 은밀히 감춰진 세계로, 탐험과 체험을 즐기는 모험형 MBTI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다.

경북 동해안 지질 공원센터(울진군 근남면 노음리 850-1)는 전시관과 더불어 유네스코 지질 공원과 연관된 다양한 활동의 허브가 되고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즉, 화강암은 계획과 질서, 응회암은 의미와 내면, 퇴적층은 논리와 구조, 화산암은 창의와 열정, 석회암은 탐험과 변화, 사질층은 감성의 자유를 상징한다.

경북 동해안을 따라 걷는 여정은 결국 ‘지구 속 나를 발견하는 길’이다. 지질은 변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흐른다. 그리고 언젠가, 그 오랜 돌 앞에서 자신의 성격을 꼭 닮은 바위를 만나고 묻게 될 것이다. ‘너는 왜 여기 있니?”라고.

발끝에 차이는 작은 돌들도 각자의 색깔과 성질과 모양을 하고 있다. 각각의 성향과 취향이 있는 우리네 인간사와 오묘하게 닮았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동해안 지질 대장정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길이다. 지질 대장정 참가자들이 상생의 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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