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순창은 설렘보다 편안함에 가까웠다”, 김민수 작가의 문득 끌리는 고백
[현장스케치] “순창은 설렘보다 편안함에 가까웠다”, 김민수 작가의 문득 끌리는 고백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04.02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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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6개월간 순창의 숨결을 발로 뛰며 기록한 '문득 끌리는 순창여행' 발간
- 주민과 여행자가 한 그릇의 국수로 섞이는 읍내의 다정함에 반해
- 순창은 자신을 위해 계획 없이 머물며 쉴 수 있는 안온한 고장
- 지난 1일, 순창발효테마파크에서 '문득, 끌리는 ...' 북 콘서트 진행
김민수 여행작가가 1년 6개월간 취재를 통해 발간한 '문득 끌리는 순창 여행' 북콘서트가 지난 1일 순창발효테마파크 햇살라운지에서 개최됐다. /사진=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1년 6개월간 순창의 11개 면을 제 집 안마당처럼 드나든 사내가 있다. 섬 여행 전문가이자 아웃도어 작가로 알려진 김민수 작가가 이번에는 섬이 아닌 내륙의 깊은 곳, 전북 순창의 숨결을 책으로 펴냈다.

순창의 옥천골 벚꽃이 만개를 한 1일, 순창 발효테마파크 햇살 라운지에서 열린 『문득, 끌리는 순창 여행』 북 콘서트 현장은 작가가 발견한 순창의 '순수함'을 공유하려는 이들로 뜨거웠다.

장군목의 아스라함에 매료되어 시작된 순창 기록

김민수 작가가 순창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2020년 전라북도 생태관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처음 마주한 순창의 속살은 그가 그동안 천착해 온 '섬'과는 또 다른 원형의 미학을 품고 있었다.

김민수 여행작가는 북콘서트에서 "섬진강 장군목과 용궐산을 방문한 후, 순창의 매력에 빠져 '문득, 끌리는 순창 여행'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진=조용식 기자
용궐산 정상에 서면 섬진강을 포근히 감싸 안은 주변의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조용식 기자
용궐산 정상에 서면 섬진강을 포근히 감싸 안은 주변의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조용식 기자

그는 "처음 장군목 유원지와 용궐산을 보았던 그 봄날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섬진강 상류의 아스라한 물길과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산들, 그 사이를 슬쩍 지나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그를 순창이라는 깊은 맛에 빠지게 했다.

당초 지자체의 단순한 가이드북 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순창을 오갈수록 그는 이곳이 단 몇 달의 기록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켜켜이 쌓인 서사를 가진 고장임을 직감했다.

김민수 여행작가가 북콘서트에서 말한 국수집(창림국수). /사진=조용식 기자
김민수 여행작가가 북콘서트에서 말한 국수집(창림국수). /사진=조용식 기자

작가는 "처음에는 일로 시작했지만, 읍내 국수집의 정과 섬진강의 고요함에 매료되면서부터는 순창의 진심을 제대로 전해야겠다는 작가적 사명감이 앞섰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는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순창에 온전히 쏟아부었고, 초기의 자신감은 어느새 "이곳의 안온함을 어떻게 하면 훼손하지 않고 담아낼까"라는 겸손한 고민으로 바뀌어 있었다.

로컬과 여행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창 읍내의 정취

김민수 작가가 순창에서 발견한 가장 강렬한 매력은 '구분 없음'의 미학이다. 대개의 관광지가 외지인을 위한 화려한 포장지로 덧입혀져 주민들의 삶과 분리되는 것과 달리, 순창 읍내는 로컬과 여행자의 경계가 모호하게 허물어져 있다. 작가는 그 중심지로 순창 읍내를 지목하며, 이곳을 "주민들의 일상을 잠시 빌려 쓰는 여행의 성지"라고 치켜세웠다.

연탄불 위에서 석쇠로 구워내는 주공포장마차의 고추장불고기. 김 작가는 순창을 방문하면 빼 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조용식 기자
연탄불 위에서 석쇠로 구워내는 주공포장마차의 고추장불고기. 김 작가는 순창을 방문하면 빼 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조용식 기자
순창의 맑은 물로 전통주를 빗는 비틀주 이종동 대표와 함께 인터뷰를 하는 김민수 작가. /사진=조용식 기자
순창의 맑은 물로 전통주를 빗는 비틀주 이종동 대표와 함께 인터뷰를 하는 김민수 작가. /사진=조용식 기자

그가 북 콘서트에서 강조한 읍내의 풍경은 지극히 일상적이라 더 특별했다. 읍내의 어느 오래된 식당, 점심시간이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조잘거리며 국수를 먹었던 곳, 그 옆자리에는 작업복 차림의 주민들이 앉아 하루의 고단함을 나눈다. 해가 지면 그 공간은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사랑방이 되어 술잔이 오간다.

작가는 "전국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주민 모두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공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라며 "이곳에 들어선 여행자는 이방인이라는 긴장을 내려놓고 순식간에 순창의 일부분으로 스며들게 된다"고 회상했다.

특히 작가는 읍내를 걸을 때 느껴지는 '신뢰'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현대식 시스템 속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이어온 메뉴와 가격, 그리고 혼자 온 여행객을 살뜰히 챙기는 투박한 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식당을 가도 외지인이라고 해서 더 받거나 덜 주지 않는다. 로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여행자는 믿고 먹어도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읍내는 여행자를 관찰자로 두지 않고 순창의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작가가 권하는 순창의 사계(四季) "강천산부터 섬진강까지"

북 콘서트에서 작가는 책 속에 다 담지 못한 순창의 공간들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순창 여행의 출발지로 이번 행사가 열린 '순창 발효테마파크'를 꼽았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장류 축제의 흥이 살아있고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순창의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용궐산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 /사진=조용식 기자
순창 옥천골 벚꽃축제가 2일부터 5일까지 순창군 경천 벚꽃길에서 개최된다. 이른 아침 경천 벚꽃터널을 지나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사진=조용식 기자

이어지는 작가의 추천 코스는 단연 섬진강을 따라 흐른다. 거대한 요강바위가 신비로움을 더하는 장군목 유원지부터 용궐산의 하늘길, 그리고 체계산의 출렁다리는 순창의 역동적인 자연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가 가장 아끼는 시간은 향가 유원지의 독개터널을 지나 목교에 접어들 때 느끼는 한적함이다.

그는 "성수기가 아닌 계절, 그 터널 끝에서 마주하는 섬진강의 유유한 흐름을 보며 캠핑하는 시간이야말로 순창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먹거리와 숙소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작가는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에서 맛보는 장아찌의 깊은 맛도 훌륭하지만, 읍내 노포에서 만나는 소박한 한 상 차림이 순창의 진짜 얼굴"이라고 귀띔했다.

88주년을 맞이한 금산여관처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숙소에서 하룻밤 머물며, 작가는 순창의 시간이 어떻게 발효되어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지를 직접 경험해 보길 권했다.

계획되지 않은 우연이 선물하는 문득 끌리는 순간들

작가는 순창을 정의하는 한 문장으로 "혼자 와라"를 꼽았다. 이 짧은 권유는 앞서 언급한 읍내의 풍경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누군가와 동행하면 상대의 기분을 살피느라 순창의 진짜 속살을 놓치기 쉽다"며, 오직 혼자일 때만 읍내 국수집의 왁자지껄한 정겨움이 나를 위한 배경음악이 되고, 이름 없는 골목의 낡은 벽면이 나에게만 말을 걸어온다고 설명했다.

북콘서트에 참석한 강인형 전 순창군수가 김민수 작가에게 "이 책 한권으로 순창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라며 격려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북콘서트에 참석한 주민들의 질문을 듣는 김민수 작가와 사회를 맡은 윤진역 순창발효관광재단 관광마케팅팀 차장. /사진=조용식 기자
'문득, 끌리는 순창 여행' 북콘서트가 끝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조용식 기자

단체 여행의 소란스러움을 걷어낸 순창 읍내는 홀로 걷는 여행자에게 가장 다정한 공간이 된다. 작가는 혼자 국수를 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읍내의 환대, 계획 없이 걷다 멈춰 서도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는 안온함이야말로 순창이 주는 최고의 사치라고 강조했다. 결국 "혼자 오라"는 말은, 읍내라는 따뜻한 생활 공동체 속에 자신을 온전히 던져 넣어보라는, 작가가 순창에서 얻은 치유의 경험을 담은 가장 진실된 고백이었다.

당초 이 책의 제목은 지금처럼 감성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가 제목에 ‘문득’이라는 단어를 새겨 넣은 것은, 순창이 가진 여행의 본질이 ‘의도된 계획’이 아닌 ‘예상치 못한 마주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북 콘서트 현장에서 창림동 두부마을과의 인연을 예로 들었다. 어떤 약속도 없었지만, 순창의 좁은 골목은 오래된 인연을 ‘문득’ 불러내어 낯선 여행지를 순식간에 다정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이날 자리에는 강인형 전 순창군수도 참석해 격려를 아끼지 밝혔다. 강 전 군수는 "그동안 순창을 설명하려면 고추장 이야기를 한참 해야 했는데, 이제 이 책 한 권으로 순창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책의 적시성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향후 보완할 점으로 자신이 재임 시절 공들인 '쉴랜드'나 구림면 '사골'의 예술인 마을 등 숨겨진 인프라들이 차기 작업에 더 깊이 있게 담기길 바란다는 애정 어린 제언도 덧붙였다.

[김민수 여행작가 프로필]

대한민국 100개의 섬을 기록한 섬 여행 전문가이자 아웃도어 칼럼니스트인 김민수 작가는, 현재 제주에서 민박집 ‘섬이라니 좋잖아요’를 운영하며 생활자로서의 여행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대한민국 100 섬 여행』, 『섬이라니, 좋잖아요』,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 『문득 끌리는 순창 여행』등이 있으며, 특유의 담백하고 솔직한 문체로 로컬의 숨겨진 서사를 길어 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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