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이나, 신곡 ‘RUN’ 발표…“진짜 저다움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시작”
[인터뷰] 최이나, 신곡 ‘RUN’ 발표…“진짜 저다움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시작”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08.24 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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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RUN’으로 보여준 강렬한 변신
- 애니메이션 서사에 투영된 현대인의 자화상
- 억눌린 감정 딛고 자신만의 빛으로 비상하는 아티스트
파란 장미가 감긴 몽둥이를 든 신곡 'RUN'의 앨범 재킷. 상처를 부수고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최이나의 굳은 신념과 철학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최이나
파란 장미가 감긴 몽둥이를 든 신곡 'RUN'의 앨범 재킷. 상처를 부수고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최이나의 굳은 신념과 철학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최이나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영화 '마지막 숙제'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이자 가수 최이나가 화려한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상실감을 담은 신곡 'RUN'으로 돌아왔다. 

제주의 따뜻한 위로를 노래하던 전작 '애월 문라잇'과 달리, 이번 곡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트 위에서 내면의 그림자와 치열하게 맞서는 자아를 그려낸다. 화려한 불빛 속에서 거울 속 낯선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듯 달리는 곡의 화자는, 치열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헛헛한 자화상과 묘하게 겹쳐진다.

‘RUN’에 담긴 최이나의 내면, 상처에서 기적으로

특히 이번 신곡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비장한 서사를 연상시키는 촘촘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최이나는 AI 기술을 활용해 직접 스토리보드를 기획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참여했다. 도망치는 자와 쫓는 괴물이 모두 '나 자신'이라는 철학적 통찰은 그녀가 겪어낸 치열한 내면적 투쟁을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영화 '마지막 숙제'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이자 가수 최이나. 10년 넘게 억눌렀던 감정을 신곡 'RUN'을 통해 토해내며 가장 자신다운 색깔을 세상에 꺼내놓았다. /사진제공=최이나

'얼굴 없는 가수'에서 시작해 점차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 아니 '빛'을 찾아가는 아티스트의 고뇌도 앨범 전반에 깊게 배어 있다. 10대 시절부터 간직해 온 억눌린 감정들은 몽둥이에 감긴 '파란 장미'로 승화됐다. 파괴를 상징하는 몽둥이에 기적을 상징하는 꽃을 감은 역설적인 이미지처럼, 최이나의 이번 음악은 상처와 치유, 도망과 극복 사이에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 가깝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RUN'은 단순한 신곡을 넘어 배우이자 가수 최이나가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하나의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상처받은 ‘어른이’를 깨운 강렬한 비트

Q. 신곡 'RUN'을 처음 들었을 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비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내밀한 마음의 동기로 이렇게 빠른 곡을 내놓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이나(이하 최): "RUN 이라는 곡을 Dyan(작곡가, 프로듀서)에게 처음 받았을 때가 4월이었어요. 제가 정서의 고독, 일상의 고단에 빠져 한참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요.

맘속이 폭풍 치듯 소란스러운 나완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여전히 반복되는 눈부신 봄날의 하루들과, 그 봄날들처럼 아무렇지도 않아야 되는 나여야 함과, 강한 척 스스로 내비칠 수 없는 상처들, 어떤 무거움.. 하지만 사실 나는 여리고 약한 '어른이(어른이지만 어쩔 땐 버겁고 두려운 어린이)'일 뿐이라는 걸 고백하고 싶지만 다시 날 일으키려 애쓰고.. 그런 마음의 소란을 반복하던 어떤 때였던 거 같아요.

그런 힘든 시간의 저를 보고 쓴 곡이라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들려주었을 땐 곡 가이드 없이 반주(inst)만 접했는데, 마치 '이런 슬픈 나를 보고서 빠르고 신나는 비트가 떠올랐다고? 뭐지 이거?'라고 생각됐어요.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 생각났거든요. 그러다가 멜로디를 입힌 걸 들어보았는데, 단번에 너무 좋았고 어떻게 완성될까 그날부터 너무 설레고 축 쳐져 있던 마음에 갑자기 냉수를 들이킨 듯 눈이 떠진 기분이었어요. 그제야 의도를 캐치했달까, 그날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했죠.“

AI로 그린 내면의 전쟁, 쫓는 괴물도 '나'

Q. 함께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비장한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직접 AI를 활용해 제작하신 뮤직비디오에서 ‘도망치는 자도 쫓는 괴물도 모두 나’라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최: "저도 개인적으로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주술회전>을 정주행한 팬이거든요. 귀칼의 '잔향산가'나 주술회전의 '회회기담'에 늘 빠져 있다 보니 다이안과 이런 영상을 만들어보기로 마음이 잘 맞았어요. 스토리를 제가 기획하고 다이안이 애니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노고가 있었어요.

직접 기획한 신곡 'RUN'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상처받고 눈물 흘리며 도망치는 여리고 순수한 내면의 자아를 상징한다. /사진제공=최이나
그림자 괴물에 맞서며 끝없이 달리는 뮤직비디오 속 전사의 모습. 세상을 이기고 부술 듯 전의로 가득 찬 강인한 극복의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제공=최이나

RUN이 달리는 걸 의미하기도, 도망침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큰 상처를 받아 마주할 수 없이 도망치고 싶은 마음, 세상을 다 이기고 부술 만큼 전의가 가득한 극복의 마음. 사실 이 양단의 모습과 감정이 결국 모두 내 모습이고 내가 마주하는 삶이에요.

뮤비에는 하얗고 순수한 여자아이와 검은 전투복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고, 이들을 쫓는 검은 그림자 괴물이 등장합니다. 여자아이가 바닷속으로 몸을 던질 때 남자의 손과 맞닿으며 한쪽 눈은 파랗고 다른 한쪽 눈은 노란 여전사가 등장해 괴물을 무찌르고 심장을 탈환하며 끝이 납니다.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서사 같지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상처받아 도망치는 그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이겨내는 그도, 까맣게 옥죄어 오는 그림자 괴물도 결국 모두 '나'였어요.

인생을 살 때 우리 내면의 흑과 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잖아요. 스스로의 한계와 고통 속에 몸부림치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필요할 땐 내 안의 전사를 깨워 슬프고 다친 나의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게 지켜내야 한다는 거예요.“

해안도로 질주에서 상처 위 파란 장미까지

Q. 제주 해안도로의 러너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셨습니다. 한편 앨범 재킷의 '파란 장미를 감은 몽둥이'는 흉터를 덮기 위해 새긴 타투와도 연결돼 있는데요. 각각에 담긴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최: "저의 출퇴근길이 한림해안도로입니다. 매일같이 러닝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감성적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아, 저분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쁘든 슬프든 여전히 마음을 불태우고 있구나. 런 런 런!' 언젠가 제 노래가 그분들께 닿아서 러닝할 때 빠른 비트 속에 지치지 않고 열정을 북돋워 주는 BGM으로 쓰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빛과 어둠, 순수와 냉정 등 인간의 이원적인 갈등을 극적으로 시각화한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제공=최이나
도망치던 소녀와 쫓던 전사가 융합해 탄생한 여전사. 파란 눈과 노란 눈을 동시에 지닌 이 모습은 내면의 괴물을 무찌르고 용사를 깨운 완전한 자아를 뜻한다. /사진제공=최이나

가장 눈이 간다 하셨던 '파란 장미 몽둥이'는 여러 마음을 담았어요. 파란 장미의 꽃말은 원래 자연 속에 없어 '불가능'이었다가, 인공적인 기술로 기적처럼 만들어내며 '기적'으로 바뀌었어요. 나도 모두도 슬픔과 불가능을 넘어 기적 같은 푸르른 날들을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이죠. 답답함이 많았던 기간이라 흔히 '세상 다 때려 부숴버리고 싶다' 하잖아요.

그 발상에서 몽둥이가 나왔는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 몽둥이에 꽃을 감은 거예요. 가시 달린 블루 로즈를요. 사람이 만든 가시와 그림자는 결국 자기 파괴가 아닌 기적의 이룸으로 피어나길 바랍니다.“

‘애월 문라잇’에서 ‘RUN’으로…진짜 저다움을 보여주다

Q. 따뜻한 전작 '애월 문라잇'과 신곡 'RUN'은 온도 차가 극명합니다. 이번처럼 상이한 장르가 본인의 진짜 음악적 취향을 표출하신 건가요? 

최: "다른 분들이 RUN이 템포가 빠르고 숨 쉴 틈 없는 고음역대라 너무 힘들었겠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발라드나 소울을 부를 때 더 어려움을 겪어요. 숨과 감정을 조심스럽게 매만져야 하는 장르라 늘 스스로 부족하다 느꼈거든요. 이 RUN을 통해서 진짜 저다움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시작이 된 것 같아요.

대기실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배우 최이나. 그녀는 일상의 모든 예민한 감정선들을 끄지 않고 연기와 음악의 단단한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사진제공=최이나
제주의 탁 트인 풍경 속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최이나. 그녀는 출퇴근길 한림해안도로를 쉼 없이 달리는 수많은 러너들을 보며 신곡의 큰 영감을 얻었다. /사진제공=최이나

그렇다고 부르기 쉬운 노래는 아니었어요. 첫 마디 '불 켜진 밤'의 느낌을 담아내는 게 가장 힘들었죠. 이 곡을 들은 중학생 조카가 '애월 문라잇은 이모 목소리랑 어울리고요, 런은 그냥 이모 성격 같아요'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역시 눈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Q. 이런 경험들이 연기 스펙트럼에는 어떤 자양분이 될까요?

저는 늘 일상 안에서 겪는 경험과 느낌을 날것으로 다 받고 오롯이 느끼려 노력해요. 어른이 될수록 표현을 다물어야 하는 상황이 많아져도, 내부에 있는 예민한 감정선은 항상 안테나를 끄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남들보다 감정 소모가 심하지만 겉으론 티를 안 내죠.

연기는 작품과 상대 배우가 있어야 호흡할 수 있지만, 음악은 어디에 있든 혼자 있어도 나의 이야기로 주연이 되어 매일 할 수 있는 노력이거든요. 배우로서 어떤 차기작을 만날지 아직 모르지만, 오늘의 이런 작은 한 걸음이나 몸짓도 미래에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2021년도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작고 큰 최이나의 모든 발걸음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꼭 자신답게 빛날 수 있도록 내 안의 용사를 깨워 수많은 인생의 그림자들로부터 나를 잃지 마세요. 런 런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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