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로스 올레이 3년 연속 99점…품종별 풍미 직접 선보여
- 18년간 한국문화 알린 원소연 대표, 이번엔 현지 미식문화 전파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올리브오일이 원래 이렇게 맛과 향이 다른가요?”
지난 22일 강원도 춘천시 '미니멀하우스춘천'에서 열린 크로아티아 프리미엄 올리브오일 브랜드 ‘올리딜리(Oli Dili)’의 한국 공식 론칭 및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평소 올리브오일을 접해온 참석자들도 이날만큼은 오일의 색과 향을 살피고, 한 모금씩 맛본 뒤 쓴맛과 매운맛, 풀 향과 과실 향의 차이를 비교했다. 같은 올리브오일이라도 품종과 산지, 수확 시기와 생산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면서다.
이번 행사가 단순한 수입 브랜드 론칭을 넘어선 이유다. 올리브오일을 ‘건강을 위해 먹는 식용유’에서 벗어나 품종과 산지, 생산 방식에 따라 맛을 골라 즐기는 하나의 미식 재료로 바라보게 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한 병의 오일에서 시작된 미식의 발견
건강한 식문화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올리브오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산과 폴리페놀 등 올리브오일의 특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찾는 소비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소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표시만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어떤 품종을 사용했는지, 언제 수확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압착했는지까지 살펴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날 올리딜리가 선보인 것은 이러한 변화에 맞춘 14종의 프리미엄 올리브오일이었다. 한국과 크로아티아 양국 국기가 나란히 걸린 행사장에는 이스트리아(Istria) 지역을 중심으로 엄선한 제품들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오일을 직접 맛보며 품종별 특성을 비교했고, 음식과 곁들였을 때 달라지는 풍미까지 경험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참석자들의 반응이었다. 평소 알고 있던 올리브오일과 전혀 다른 향과 매운맛에 놀라는가 하면, 특정 품종에서는 풀이나 허브, 과실의 향이 느껴진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 단순히 ‘좋은 오일’이라는 설명을 듣는 것과 직접 맛으로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올리브오일에도 와인이나 커피처럼 산지와 품종을 알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미식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올리딜리의 국내 진출에는 단순한 상품 수입 이상의 배경이 있다. 공동창업자 원소연 대표는 크로아티아에서 18년간 생활하며 한식당과 문화 갤러리를 운영하고 현지에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소개해왔다.
이제는 방향을 바꿨다. 오랜 현지 생활을 통해 경험한 크로아티아의 미식과 문화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올리딜리를 시작했다.
원소연 대표는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 지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올리브오일 생산지임에도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18년 동안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알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최고급 올리브오일과 크로아티아 문화를 한국에 널리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미니멀 하우스 춘천에서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과 여백이 살아 있는 공간에서 올리브오일의 생산 과정과 품질, 그리고 이를 둘러싼 문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99점의 오일,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맛의 차이’
이날 집중적으로 소개된 제품 가운데 하나가 ‘올레움 비리데(Oleum Viride)’다. 라틴어로 ‘푸른 기름’을 뜻하는 이름처럼 신선한 올리브의 특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오일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아 비비(Olea B.B.)는 이스트리아에서 고품질 올리브오일을 생산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를 완전히 익기 전 중간 정도 익은 단계에서 수작업으로 수확하고, 수확 후 24시간 이내 저온 압착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수확 시기와 가공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해 올리브 본연의 신선한 향과 풍미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제적인 평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레아 비비는 세계적인 올리브오일 가이드인 ‘플로스 올레이(Flos Olei)’에서 2023년 98점을 받은 데 이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연속 99점을 기록했다. 특별상인 ‘아지엔다 델 쿠오레(Azienda del Cuore)’도 2020년과 2025년 두 차례 수상했다.
2026년 뉴욕 국제올리브오일대회(NYIOOC)에서는 로술랴(Rošulja) 품종으로 금상을 받으며 통산 여섯 번째 금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시음회에서 숫자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실제 맛이었다. 올레움 비리데의 라인업은 아스콜라나 테네라(Ascolana Tenera), 로술랴, 부자(Buža) 등 품종별 특성이 뚜렷하다.
특히 이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 가운데 하나인 부자는 토마토와 사과, 바나나 같은 과실 향에 바질과 민트 계열의 허브 향이 더해지고, 쓴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아스콜라나 테네라는 싱그러운 풀과 오레가노 계열의 향이 두드러져 콩 요리나 생선 수프 등과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로술랴는 한정 생산되는 희귀 품종으로 소개되면서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99점’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직접 맛을 보고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풍미를 구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점수의 가치가 체감된다.
작은 생산국이 만든 세계적인 산지
크로아티아 올리브오일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량보다 품질에 초점을 맞춘 생산 구조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대규모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와 달리 크로아티아는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작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올리브오일 생산량도 약 3500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산 구조는 가족 단위의 재배와 수작업 중심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산지와 농가별로 품질을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중심에 이스트리아가 있다. ‘플로스 올레이 2026’에는 세계 57개국에서 선정된 500개 우수 생산자가 이름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이스트리아 생산자는 68곳으로 약 13.6%를 차지했다. 이스트리아는 2026년까지 모두 아홉 차례 세계 최고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산지로 선정됐다.
주한 크로아티아 관광청 서울사무소 마르코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크로아티아 올리브오일의 역사를 소개하며 “크로아티아는 생산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대규모 공장식 생산보다 가족 단위의 수작업 생산이 중심”이라며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올리브나무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올리브오일은 크로아티아의 깊은 미식문화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오일은 크로아티아 관광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크로아티아에는 매년 약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코로나19 이전 한국인 관광객도 연간 약 50만 명에 달했다. 바다와 섬, 역사도시뿐 아니라 와인과 치즈, 올리브오일 등 지역의 미식문화 역시 크로아티아 관광을 구성하는 중요한 콘텐츠다.
올리딜리 수입 담당자는 지난해부터 외교 채널과 현지 기업을 통해 국내 정식 유통을 준비했으며, 올해 6월 관련 승인을 마치고 7월부터 정식 수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4종의 제품을 한꺼번에 선보인 것도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부자, 로술랴, 아스콜라나 테네라를 비롯해 이스타르스카 비엘리차, 레치노 등 다양한 품종을 통해 ‘올리브오일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소비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날 시음회가 남긴 가장 큰 인상은 99점이라는 숫자도, 14종이라는 제품 숫자도 아니었다. 참석자들이 한 병의 오일을 앞에 두고 색을 살피고 향을 맡은 뒤 한 모금씩 맛보며 “이것은 왜 다르지?”라고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좋은 올리브오일을 고르는 기준이 단순히 브랜드나 가격,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표시를 넘어 산지와 품종, 수확 시기, 생산 방식, 그리고 무엇과 함께 먹느냐까지 포함하는 미식의 기준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올리딜리가 한국에 들여온 것은 14종의 올리브오일이지만, 궁극적으로 소개하려는 것은 한 병의 오일에 담긴 이스트리아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가족 단위 생산자가 지켜온 장인정신이다.
18년간 크로아티아에서 한국문화를 알렸던 원소연 대표가 이제는 반대로 크로아티아의 미식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작은 생산국 크로아티아의 올리브오일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새로운 미식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걸음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