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경제리뷰] 넷플릭스 Hang the DJ, 만남부터 이별까지 알고리즘이 결정
[작품속 경제리뷰] 넷플릭스 Hang the DJ, 만남부터 이별까지 알고리즘이 결정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6.08.24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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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얼마나 사귈 것인지, 언제 헤어질 것인지까지 알고리즘이 결정해준다면 우리의 연애는 지금보다 행복해질까?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즌4의 에피소드 ‘Hang the DJ’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2017년 공개된 작품이지만 인공지능(AI)이 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알고리즘이 영화와 음악, 쇼핑 상품을 추천하는 시대에 다시 보면 오히려 지금의 현실과 더욱 가까워 보인다.

작품의 중심에는 프랭크와 에이미가 있다. 두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자유롭게 상대방을 찾아 연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매칭 서비스가 사람에게 연애 상대를 지정하고 두 사람이 함께 지내야 할 기간까지 알려준다.

어떤 만남은 몇 시간 만에 끝나고 어떤 관계는 수개월 또는 그 이상 이어진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라고 해서 자신의 판단만으로 즉시 관계를 끝낼 수도 없다. 시스템이 정한 기간 동안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수많은 만남에서 얻은 정보를 축적해 이용자에게 가장 잘 맞는 최종적인 상대를 찾아내는 것이다.

사랑에도 막대한 탐색비용이

경제학에서는 원하는 거래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탐색비용’이라고 부른다.

물건 하나를 사는 일만 해도 그렇다. 여러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고 후기를 찾아보는 데 시간이 들어간다. 가격과 품질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면 탐색비용은 더욱 커진다.

연애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서로의 성격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몇 차례 데이트를 해야 할 수도 있고 몇 년을 함께 지낸 뒤에야 서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Hang the DJ’의 시스템은 바로 이 비효율을 해결하려 한다. 사람이 직접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상대를 찾는 대신 시스템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어떤 성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지, 어떤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지 등을 학습해 최적의 상대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실패한 연애도 시스템에는 가치 있는 데이터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용자에게 불행한 연애가 시스템 입장에서는 반드시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만나고 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시스템은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이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중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추천 알고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은 소비자가 무엇을 구입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품을 눌러봤는지, 무엇과 무엇을 비교했는지, 어떤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구매하지 않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영상 플랫폼 역시 무엇을 끝까지 봤는지만큼이나 어떤 영상을 몇 초 만에 껐는지가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선택뿐만 아니라 거부 역시 취향을 설명한다.

‘Hang the DJ’에서는 이 원리가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누구를 좋아하는지뿐 아니라 누구를 싫어하는지, 어떤 관계에서 만족하고 어떤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까지 알고리즘이 학습한다. 개인에게는 실패한 연애일지 모르지만 시스템에는 다음 추천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학습자료가 된다.

연애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부족’

연애와 결혼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매칭 시장’의 성격도 갖는다.

일반적인 상품 거래에서는 돈을 지급하면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다.

내가 상대방을 선택한다고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대 역시 나를 선택해야 한다. 취업시장에서 구직자가 기업을 원한다고 취업이 결정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기업 역시 지원자를 선택해야 한다.

연애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처음 만난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 생활습관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몇 번의 만남만으로 그 사람이 장기간 함께하기에 적합한 상대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도 정확하게 모를 수 있다. 자신은 특정한 성격의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애에서는 전혀 다른 유형에게 끌릴 수 있다. 말로 표현하는 취향과 실제 행동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든다. 사람에게 “어떤 사람을 좋아합니까”라고 묻는 대신 실제 행동을 관찰한다.

알고리즘은 언제부터 ‘조언자’가 아니라 ‘결정권자’가 될까

여기까지라면 ‘Hang the DJ’의 시스템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수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는 비용을 줄이고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찾아내 최적의 상대를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시스템은 단순히 상대를 추천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날지 결정하고 관계가 지속될 시간까지 통제한다.

바로 이 순간 알고리즘의 성격이 달라진다. 추천 시스템이 시장을 돕는 도구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존재로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날 플랫폼 경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우리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영상을 본 뒤 하나를 고르지 않는다. 플랫폼이 먼저 선별해 화면에 보여준 영상 가운데 선택한다.

쇼핑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 판매되는 수많은 상품을 모두 살펴본 뒤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검색 결과와 추천 목록의 상단에 노출된 상품을 중심으로 비교한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가 선택한다. 하지만 그 선택지가 어떤 순서로 제공될 것인지는 알고리즘이 상당 부분 결정한다.

‘Hang the DJ’는 이 구조를 연애시장까지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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