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 인터뷰] 박영신 도슨트, "하루로 부족한 예술섬"…작품 해설이 여행의 깊이 바꾼다
[나오시마 인터뷰] 박영신 도슨트, "하루로 부족한 예술섬"…작품 해설이 여행의 깊이 바꾼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6.10.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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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한국어 차량투어 상품 판매 시작…4월부터 현지 운영 본격화
월 400~500명 안내하는 현지팀…미술관 예약과 이동 동선 관리가 핵심
지추미술관ㆍ베네세 하우스 등 작품 이해하려면 사전 해설 중요
일본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에서 박영신 도슨트가 한국인 관광객에게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일본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에서 박영신 도슨트가 한국인 관광객에게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直島)는 여행자가 얼마나 많은 미술관을 방문했는가보다 작품과 공간을 어떻게 이해했는가에 따라 여행의 깊이가 달라지는 섬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클로드 모네의 회화, 제임스 터렐의 빛, 이우환의 조각과 회화가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작품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사와 건축, 지역의 역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카마쓰항에서 나오시마 도슨트 상품을 진행하는 박영신 한국어 도슨트를 만났다. 그의 해설은 단순히 눈앞의 캔버스를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섬의 역사와 각 미술관이 품고 있는 공간의 맥락을 향해 있었다.

"이동만 하는 관광과 작품을 이해하는 관광은 다릅니다. 안도 다다오가 왜 지추미술관을 땅속에 지었는지, 모네의 수련을 자연광으로 보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까요."

마이리얼트립(MyRealTrip) 통한 한국어 차량투어의 등장, 예술관광의 변화

과거 나오시마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주로 자유여행객이거나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 일정 중 일부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섬의 현대미술과 건축 감상에만 초점을 맞춘 전문적인 한국어 차량투어 상품이 등장하며 여행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

일본 나오시마 신나오시마미술관에서 박영신 도슨트가 한국인 관광객에게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일본 나오시마 신나오시마미술관에서 박영신 도슨트가 한국인 관광객에게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박 도슨트가 현장 안내를 맡고 있는 투어팀 역시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MyRealTrip) 등을 통해 올해 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상품이다. 본격적인 현지 운영은 4월부터 시작됐으며, 현재 박 도슨트를 포함해 최영진, 최준호 도슨트 3명의 운영진이 매월 400~500명에 달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요를 소화하며 섬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야외 관람하기 좋은 계절적 특성상 9~10월에 예약이 집중된다.

나오시마 여행은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배편 시간을 맞춰야 하고, 지추미술관처럼 엄격한 시간 지정 예약제로 운영되는 미술관들의 일정을 여행자 스스로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도슨트가 이끄는 차량투어는 다카마쓰항을 출발해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지추미술관, 신나오시마미술관 등을 순회하며 이러한 이동과 동선 관리의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투어의 핵심은 단순히 '차량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내부 촬영이나 해설이 엄격히 통제되는 지추미술관 같은 공간에 들어가기 전, 외부에서 작가의 의도와 건축적 배경을 미리 설명하여 관람객 스스로 작품을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시야를 틔워주는 데 있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에서 스기모토 히로시의 바다 사진과 창밖의 실제 세토내해 풍경을 연결해 보라거나, 구석에 숨겨진 스다 요시히로의 작은 식물 조각을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그의 안내 방식도 같은 맥락이다.

"비용보다 포함 내역 확인을…2박 3일 체류 권장"

현재 취재진이 동행한 한국어 차량투어 상품의 가격은 약 15만9,000원 선이다. 일각에서는 3~4만 엔(약 170달러)에 달하는 해외 여행사 상품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출발지나 입장권 포함 여부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푸른 세토내해를 배경으로 베네세 하우스 야외 언덕에 비스듬히 세워진 3개의 거대한 사각형 철판 조형물(조지 리키 작). 바람결에 따라 조용히 흔들리는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움직임이 곧 예술이 되는 나오시마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진=조용식 기자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내부, 안내 데스크 뒤편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걸린 달러 지폐 모티브의 평면 작품. 일상적인 호텔 안내 데스크 공간마저 자연스럽게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며, "예술이 굳이 거창한 공간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는 박영신 도슨트의 해설을 뒷받침한다. /사진=조용식 기자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자리한 해안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작품과 섬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박영신 도슨트. /사진=조용식 기자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자리한 해안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작품과 섬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박영신 도슨트. /사진=조용식 기자

 

박 도슨트는 "상품을 선택할 때 가격보다 미술관 입장료 포함 여부, 페리 및 현지 이동 비용 계산 방식, 그리고 해설이 어디까지 제공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나오시마의 주요 시설은 월요일 휴관을 원칙으로 하므로(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일정 계획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하루 만에 섬의 주요 미술관을 쫓기듯 돌아보는 당일치기 일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하루로는 부족한 섬입니다. 최소 1박 2일, 여유가 있다면 2박 3일 정도를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더 많은 곳을 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미술관 관람 사이에 섬의 골목을 천천히 걷고, 바다를 보며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야 나오시마가 주는 진짜 '명상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해설을 동반한 나오시마 예술 투어의 등장은 일본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소비'에서 문화와 건축을 이해하는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얼마나 많은 점을 찍고 돌아오는가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무엇을 읽어냈는가. 박 도슨트의 해설은 낯선 예술섬에 발을 들인 관람객들에게 그 해답을 찾아가는 조용한 나침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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