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것은 10월이었다.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하며 버틴 지 아홉 달 만이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차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었고,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먹고살 일이 막막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운전했다.
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해 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벌금 500만 원이 나왔고, 비접촉사고 합의금으로 240만 원을 지급했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사고가 크지 않았다는 생각, 하필 그날 단속에 걸렸다는 원망이 뒤섞였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람은 나였다.
그 사실만큼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면허를 잃고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직장이었다.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결심하지 못했다.
이번 한 번만.
급한 일만 끝나면.
조금만 더 돈을 모으면.
나는 그렇게 매일 새로운 이유를 만들었다.
4월에는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정차한 앞차를 들이받았다.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8월에도, 10월에도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됐다.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데는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운전대를 잡는 손이 두려웠다. 경찰차만 보여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두려움마저 익숙해졌다.
사람은 참 이상하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일을 하지 않는 쪽이 더 어려워진다.
결국 10월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수입이 끊기고 나서야 그동안 밀어놓았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고 차량의 수리비를 둘러싼 청구 문제도 있었다. 보험으로 수리했다는데 왜 내게 돈을 청구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계산했다. 이미 돈도 많이 냈는데 또 내야 한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 몇 달을 돌아보았다.
나는 줄곧 돈이 없어서 운전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운전을 계속하는 동안 사고가 났고, 적발이 반복됐고, 감당해야 할 돈은 오히려 늘어났다.
생계를 지키려고 했다는 말이 얼마나 그럴듯했던가.
나는 그 말을 할 때마다 내가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어려워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
그러나 그동안 도로에서 나와 마주쳤던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면허가 없는 줄도 모르고 운전하는 차 옆을 지나갔을 사람들. 신호를 기다리다 내 차에 들이받힌 운전자.
그 사람들에게 내 생계가 무슨 상관이었을까.
내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안전까지 맡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자동차를 폐차하고 차량 명의를 정리하는 문제까지 생겼다.
그 일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날부터 시작된 일이 어느새 직장과 차량, 아버지의 이름이 얽힌 문제로 커져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오랫동안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벌금 때문에.
면허 때문에.
보험사의 청구 때문에.
정작 내가 남에게 끼친 위험은 그 뒤에 놓아두었다.
이제는 운전이 필요한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다시 일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고로 생긴 책임도 하나씩 정리해야 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른다.
다만 다시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을 면죄부처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야 한다. 돈도 벌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권리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직장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만두어야 할 때 그만두지 않았다.
결국 직장은 그만두었고, 그동안 저지른 잘못들만 남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먼저 그만두었어야 할 것은 일이 아니었다.
내 사정이 급하면 법을 어겨도 어쩔 수 없다는, 그 비겁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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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