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국의 나의 역사, 자서전을 쓰다 기고] 김진혁(시인, 미래성공전략연구소장)
[김대국의 나의 역사, 자서전을 쓰다 기고] 김진혁(시인, 미래성공전략연구소장)
  • 김진혁(시인, 미래성공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9.12.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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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용기를 내서 나의 역사쓰기에 도전.

과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성찰을 통한 미래의 점검.

순수 개인적 기억과 역사적 연보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

평범하지만 유일한 나의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서 자유롭게 날아본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옆에는 모 초등학교 강당 건립 공사가 한 참이다. 지난 봄 부터 시작 될 공사였지만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으로 미뤄졌다. 협상이 잘 되었는지 갑자기 공사가 재개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기일을 맞추기 위해선 지 토요일은 물론이고 새벽부터 뚝딱거린다. 무심코 공사 현장을 보면서 번뜩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이다. 첫째는 동네 어린 자녀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건축하는 공사이고 아파트와 상당 폭 떨어져 있음에도 조망권을 이유로 반대를 하는 어른들의 심보가 궁금했다. 자기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헌신하는 부모들이 어찌 남의 자식 귀한 줄을 모를까? 이중적이고 외식적인 태도에 슬며시 분노가 오른다.

두 번째는 미술시간에 집을 그리면 통상 지붕부터 그렸다. 실제 건설 현장은 바닥부터 다진다. 실체적 진실과 예술적 행위가 서로 배치된다. 이러한 괴리 현상을 현실과 진실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한쪽이 먼저 숙이고 들어올 때 화해되는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나의 역사 쓰기 청탁을 받았을 때 한참 망설여졌다. 솔직히‘나 같은 사람이 자서전을 쓸 자격이 있을까’‘누가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라도 보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누구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만의 감정과 기억을 글로 힐링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에게 보이거나 과시가 아닌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거룩한 공부의 일종이 아닌가? 또한 자녀들에게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꾹 눌러 써서 부끄럽고 솔직한 것을 털어내는 고백이다.

1)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 생활 60년 (1956~1968)

나의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이셨다. 근무처가 전국 8도에 걸쳐 있기에 형제들이 태어난 출생지가 모두 다르다. 아버지는 일제 시절 양정고교와 일본 중앙대학을 다녔고, 형제분들도 대학을 나온 것을 보면 할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았다. 1944년 한국의 전체 인구는 이천오백만 명으로 대학(전문대)를 나온 비율이 0.2퍼센트에 불과했고, 13세 이상 인구의 77%가 한글을 모르는 암흑의 시대였다.

어머니의 고향은 순천이지만 일찍부터 언니를 따라 부산으로 이사해 부산여고를 졸업했다. 비록 외모는 작지만 단아한 모습과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일평생 사신 분이다. 부모님의 소원은 단순하고 소박했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이다. 저녁 9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와야 할 정도로 엄했다. 공부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청소해라’‘게으르지 말라’등의 교훈과 잔소리는 교차된 것이 기억이 남는다.

나는 1956년 아버지가 충주경찰서장 재직 시 4남 2년 중 5번째로 태어났다. 산모가 태어난 직후 나를 씻겨주는 모습과 집안에서 작은 개와 찍은 사진만이 유일하게 남은 역사다. 고향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돌아갈 곳이 없어 불행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하면 지금 있는 곳이 고향이라고 편안하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 입학시험 경쟁이 심했다. 5학년 때 삼선초등학교에서 사립학교였던 영훈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당시 영훈 초등학교 김영훈 교장님과 아버지와의 친분과 일류중학교 진학을 위한 부모의 극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립학교는 한 반에 50여 명의 적은 학생 수와 입고 다니는 옷이 예사롭지 않았다. 점심 때 부모들이 도시락을 싸오지 않나,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고대적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학교에서 주는 옥수수 빵과 끓여 먹는 우유가루가 최고의 양식이었다. 놀 것도 없었는지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소독차 꽁무니를 따라 다니기도 했다.

서울에서조차 세끼 밥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등시절 삼선동의 높은 축대 밑에 무허가 판잣집에 살던 친구가 축대가 무너져 돌에 깔려 죽게 된 것이 지금도 몸서리쳐진다.

6학년 되는 해에 갑자기 중학교 무시험제가 되었다. 사립학교로 전학한 이유가 사라져 황당했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하루 6시간만 자야 일류학교에 들어갈 수 있고 지옥 같은 과외공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자가 부족한 시절 경제 부흥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암기위주식의 공부, 일류를 베끼기와 쉴 수 없는 노동 그리고 엘리트 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평평하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기에 입시 위주의 교육은 사라져야 한다. 대학 입학은 쉬워도 졸업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고교시절에 학문과 직업 중에서 양자 선택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소위 뺑뺑이 1세대로 신일중학교에 입학한다. 신일 중학교는 타 학교의 석탄난로가 아닌 스팀시설이 구비될 정도로 시설이 월등히 좋았다. 기독교 학교로 예배와 기독교 정신을 강조했기에 비교적 학생들의 성품이 온순했다. 당시 학생회 임원을 3년 내내 한 것도 추억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학교와 집을 만원 버스로 타고 다녔고 여행이란 용어자체도 생소한 시절이었다. 오직 성적에 의한 평가만이 일상생활인 것이다.

2) 온순했지만 꿈이 없던 청소년기(1969~1975)

중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에 어머니를 대신해 학교에 다녀온 큰 형님이 하시는 말이 “너희 담임선생님이 용산고나 서울사대부고 둘 중 한 곳으로 응시하라고 하신다.”사실 용산고는 들어봤지만 서울사대부고는 생소했다. 형님이 부언해서 말하길 “서울사대부고는 남녀공학이고 집에서 가까운 장점이 있다”라는 말에 솔깃하여 서울사대부고에 입학하게 된다. 말 한마디는 운명을 결정짓는다.

말의 수명은 어찌도 긴 지 무덤까지 간다. 누군가의 험담 혹은 조언으로 인해 인생의 갈림길이 정해지는 것이다. 만약 남자학교에 들어갔다면 여성적 감각과 세밀한 취향보다는 씩씩하고 굵은 선의 남성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가정도 해 본다. 고교시절에 여학생 꽁무니를 따라다녔기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동창회 일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공부를 뛰어 넘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고교시절에 반장, 학생회활동도 했지만 가장 추억에 남는 것은 2학년 때부터 활동했던 YWCA 소속의 스카이 서클 활동이다. 1차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야 공부에 게을리 한 것이 후회되었지만 오히려 뒤돌아보면 스카이 모임이 있기에 지금도 훌륭한 선배님과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축복의 기회인 것이다.

3) 다시 태어난다면

한 시간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삶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육체적 젊은 시절이 부럽지만 지금이라도 마음만은 젊고 푸르게 살고 싶다. 다시 태어난다면 직업을 고르는 일에 신중을 다 할 것이다.

급격히 변하는 환경과 세상을 이끄는 힘의 이동이 빠른 시대에 직업의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능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말처럼 변화의 파도를 잘 타고 끌려가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100세 장수 시대, 노동의 종말과 공유경제가 지배하는 오늘날 어떤 직장에 다니는 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평생 직업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행복의 질을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돈 많이 벌고 명예를 얻는 것보다 품격 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고 진정 자신의 삶을 눈여겨보지 못한 것과 과감히 결별하라. 경쟁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 즐겁고 유일한 자아를 찾아내는 일에 힘쓰자.

죽는 날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 지난 과거에 붙잡혀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환하고 빛나는 손주들의 얼굴을 보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늘의 모습은 과거의 행동 결과로 미래의 나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현재 하는 일을 보면 알게 된다. 노인은 대접받는 자리가 아니다. 지혜를 나눠주고, 삶을 생활로 실천하는 용감한 어르신 청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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