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돈으로부터의 자유] 4월 28일 돈의 심리
[김진혁의 돈으로부터의 자유] 4월 28일 돈의 심리
  • 김진혁
  • 승인 2020.04.28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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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아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는

초조와 탐욕이 뒤따른다.

- 아리스토텔레스 -

[파이낸셜리뷰]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이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와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것이다. 전자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일정한 소득 수준(만족점)에 이르면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스터린 역설’이 대표적이다. 1974년 펜실베이니아대학 리처드 이스터린 교수가 제2차 세계대전 후 1950~1970년 일본의 국민소득은 7배나 뛰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운 가설이다. 이스터린 역설은 그 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란 주장의 근거로 많이 인용돼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사 방법이 진화되고 자료가 축적되면서 이스터린 역설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브루킹스연구소의 두 경제학자는 “1974년 이후 세계 각국의 만족도 조사를 분석한 결과, 돈이 행복을 불러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린스턴대학 앵거스 디튼 교수와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2010년 “소득이 많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지지만 연소득이 7만 5000달러를 넘으면 소득 증가에 따른 행복감은 최소한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미국에서 이스터린 역설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세계 상위 25개국의 소득별 국민 행복도를 분석한 결과 가구 소득과 행복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시간대 뱃시 스티븐슨 교수와 저스틴 울퍼 교수는 한 유명한 학술저널 5월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돈과 행복의 방정식에는 ‘만족점’이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이스터린 역설은 잘못된 이론”이라고 주장했다.

돈이 많을수록 행복한 것은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그 욕심은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그러나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 인간은 아무리 돈, 권력, 명예가 있어도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내가 나를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파하지 않을 수 있는 수행이 있다면 말이다.

돈을 많이 갖게 되면 기대하는 행복에 대한 갈망이 증대된다. 갑자기 뜬 연예인들이 도박이나 마약 등으로 인해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본다. 많은 돈과 인기를 얻고 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증대된 갈망은 중독성이 있으며 위험하다. 쉽게 말해, 한 번 비행기의 2등석을 타면 3등석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며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동네 식당에서 다시 식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돈이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친구나 가족과 즐겁게 식사하는 것,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것 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 있다. 한 번에 비싼 외제차를 사는 것보다 감동을 받는 음악회를 자주 가거나 의미 있는 사소한 봉사를 하는 것이 더 행복해진다.

행복의 의미를 알고 작은 노력과 배려만 있다면 충분한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다. 렉서스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돈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광고카피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주도적인 삶으로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적인 삶을 선택하거나 혹은 인류를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현명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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