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의 돈으로부터의 자유] 6월 28일 돈의 정체
[김진혁의 돈으로부터의 자유] 6월 28일 돈의 정체
  • 김진혁
  • 승인 202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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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돈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그런 뜻에서 돈은 알 수 없는 마성(魔性)을 가진 그 무엇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날이 갈수록 돈이 위세를 떨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돈이 제 구실을 하는 것은 돈이 필요한 때와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세상에 부자들만 있다면 돈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돈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을 때 가치가 올라가고 제 구실을 다한다.

‘가난한 사람들’ ‘미성년’ ‘도박꾼’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들을 쓴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위해 글을 썼다. 인간적인 생애와 돈의 철학과 사상을 예술로 빚어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 민중을 교화하고 인류에게 신의 섭리를 전달하면서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싶은 거룩한 목적이 있었겠지만 당장 필요한 돈을 위해 글을 써야만 했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선불로 받은 원고료를 위해 소설을 썼다. 평생 절실히 돈을 필요로 하였기에 돈과 인간의 관계를 읽는데 천부적인 예술성을 낳은 것이다. 돈은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물체이다.

소설가 김유정은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 담판이다. 흥망이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폐결핵을 앓았던 김유정은 죽음을 앞두고 휘문고보 동창인 안회남에게 편지를 썼다. 그 편지의 내용은 재미있는 번역거리를 부탁한 것이다. 그 돈으로 닭 삼십 마리를 고아 먹고, 땅꾼을 사서 살모사와 구렁이를 십여 마리 달여 먹고 기력을 회복하겠다는 제 생각을 적었다.

김유정은 춘천의 부잣집 아들이었지만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경제적 사고를 갖지 못해 평생을 돈에 쪼들리며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벗에게 돈 부탁을 해야만 한 것이다. 젊은 나이에 돈이 없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돈은 필요로 하는 타인이 존재할 때 제 구실을 한다. 빈부 격차로 사회의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 사회 기반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돈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고 따로 주인도 없다. 돌고 돌아서 잠시 내 손에 있다가 다시 놓고 가는 것이 돈이다. 돈이 나를 보호하거나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은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돈의 객관성은 양도할 수 없는 재산의 폐지이며, 타인의 출현을 전제한다.”라고 한다. 돈은 사람의 노동력과 가치를 가늠하는 교환의 대상이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 플리바게닝

플리바게닝은 애원, 간청을 뜻하는 '플리(plea)'와 합의.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 유죄협상제 또는 사전형량조정제도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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